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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한국교회 호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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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대한기독교교회협의회).jpg

누가 표류하는 난민의 이웃이 되겠습니까?

“자, 그러면 이 세 사람 중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율법교사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하고 말씀하셨다. (누가복음 10:36~37)

우리는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를 안고 70년을 살아오면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전쟁은 대량 인명살상이나 국토의 황폐화와 함께 다수의 이산가족과 난민을 양산합니다. 한국전쟁도 수백만 명의 피난민을 발생시켰으며 그중 상당수가 아시아, 북·남미, 유럽 등 전 세계로 흩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가난한 나라들도 있었지만 전쟁으로 죽음에 내몰린 한국인들을 세계 여러 나라가 난민으로 수용해 주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남단에 위치한 예멘공화국은 오랜 갈등 속에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채 내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예멘인들은 내전으로 죽음에 내몰리며 살육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평화를 찾아 목숨을 걸고 전 세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이들을 받아주는 곳에서는 생명을 부지할 수 있지만 거절당하면 다시 죽음의 망망대해를 표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중 549명이 인도양과 말레이 해협을 건너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제주도까지 찾아와 우리에게 목숨을 의탁하며 난민으로 받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1951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독자적인 난민법을 가진 유일한 아시아 국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난민심사를 단행하고 합법적 절차를 밟아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한국의 종교·시민사회는 정부 당국과 함께 난민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인류애를 시험하는 뜨거운 주제였던 난민문제가 이제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었습니다. 전쟁과 기근으로 인해 주로 난민이 발생하는 아프리카와 서아시아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에 난민문제가 우리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여겨오던 한국사회는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먼저 매년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해 일상의 생활을 침해받아온 제주도민들이 이제 난민까지 떠안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지니는 버겁고 불안한 심정을 우리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 낯설기만 한 예멘이라는 나라,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종교와 문화가 일으킬 수도 있는 이질성의 충돌, 이로 인한 상호 범죄의 가능성 등으로 현지 제주도민들이 겪는 불안과 부담을 충분히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숨 걸고 찾아온 이들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과 논란의 확산을 우려하며 현명한 제주도민들의 객관적 판단과 관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 오신 제주도민 여러분들이 극단의 상황에 처한 난민들을 환대해 주시고 그들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교회는 복음에 빚진 사람들이기에 세계 곳곳에 구원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복음과 함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 빚진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폐허 더미 위에 주저앉아 있을 때, 전쟁을 피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유리방황하고 있을 때,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기꺼이 우리를 난민으로 받아주었고 그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반세기 만에 잿더미 위에서 기적을 만들어내었고 지금도 전 세계인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난민이 아니라 어제의 우리와 같은 예멘 난민들의 눈물 앞에 서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우리에게 전승해 준 성경의 사람들은 자신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 선조는 떠돌며 사는 아람인 이었습니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을 거느리고 이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에 몸 붙여 살았습니다.’(신 26:5) 기독교 신앙의 깊은 곳에는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애환이 깊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나그네를 환대할 것을 강조하시고 나그네를 부지불식간에 대접한 아브라함이 어떻게 복을 받았는지를 밝히 보여주셨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나그네를 배척하지 않고 환대하는 신앙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가 인생 최후의 자리에서 구원과 심판으로 극명하게 나뉠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 기준은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 25:40)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강도 만나 죽게 된 사람을 살려 준 사마리아인이야말로 진정한 이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온갖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지금 눈앞에서 죽어가는 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런 사랑의 실천만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의 참 제자인 이웃이 되게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향해 단호하게 명령하셨습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눅 10:37)

사랑에 빚진 자로서 우리가 사랑을 실천해야 할 대상에는 어떤 조건도 제한도 없습니다. 오늘 기독교가 유대인의 종교에서 온 세계인의 복음이 된 것은 ‘인류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앙 때문입니다.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뜻 앞에서 정통 유대인인 베드로는 강하게 반발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주님. 저는 일찍이 속된 것이나 더러운 것은 한 번도 입에 대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한 주님의 음성은 무섭고도 단호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행 10:14~15) 우리가 주님 앞에서 생명을 구하고 사랑을 실천해야 할 대상에는 예멘인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들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존재이므로 우리가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국교회는 죽음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예멘인들의 이웃이 되어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나아가 제주도의 난민들과 그들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위한 모금에 적극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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